이번 호우에 삶의 터전을 잃은 수재민들의 불안과 고통이 커지고 있는데요.
장맛비가 계속되면서 정신적 외상도 깊어지고 있어, 치료가 시급합니다.
진희정 기자의 보도입니다.
[리포트]
하루 300mm 넘는 폭우가 온 마을을 휩쓴 그 날.
최갑순 씨는, 불어난 하천물에 집 두 동이 모두 망가졌습니다.
노모와 부인, 자녀를 친척 집으로 보내고 혼자 복구에 나섰지만, 어디서부터 뭘 손대야 할지 막막합니다.
선잠이 들었다가도 빗소리만 들리면 벌떡벌떡 일어나, 뜬눈으로 밤을 지새고 있습니다.
[최갑순/수해 주민 : "불안해서 살 수는 없는 거잖아요. 여기가 창문 열면 개울인데…. 말도 안 돼요."]
뒷산에서 쏟아지는 토사에, 이웃집 트랙터를 타고 겨우 몸만 빠져나온 조종분 할머니.
폭우에 언제 또 고립될까, 집에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아 며칠째 마을회관 신셉니다.
[조종분/수해 주민 : "비가 많이 오면 이 도랑을 내가 또 못 건너가지, 그러니까 그렇게 마음이 불안해. 거기 있으니까, 그래도 사람도 있고 하니까."]
["이웃간에 대화를 많이 하시고….격려를 많이 하셔야 돼요."]
난생 처음 재난을 경험한 주민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호소합니다.
감당하기 힘든 피해에다, 언제 이 상황이 끝날지 모른다는 막연함과 두려움이 고통을 키우고 있습니다.
[김아름/충북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상담사 : "평소에는 괜찮다가도 본인이 혼자가 됐을 때 그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고, 자기만 하면 꿈에 그 장면이 재생되고…."]
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수재민은 전국적으로 1,100여 명.
많은 비가 또 예고되면서 어느 때보다 힘겨운 장마를 보내고 있습니다.
["아휴, 빗소리만 들어도, 아주 물소리만 들어도…."]
KBS 뉴스 진희정입니다.
촬영기자:김성은